권은경, 열린북한방송 국제팀장
유엔 현장사무소 (filed-based structure)를 한국에 설치하겠다는 뉴스가 29일 보도되었다. 2014년 상반기 북한인권 시민단체들이 가장 고심하던 사안 하나가 해결된 것이다.
현장사무소 설립 논의의 시작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의 활동결과에 기인한다. 올해 2월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활동결과가 보고서로 공개되었다. 이어 3월에는 조사위원회가 권고하는 내용을 이행하도록, 관련 기구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관련국가들이 후속조치를 실행할 것을 권고하는 북한인권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물론 권고내용 중 가장 중점을 둘 것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 반인도범죄의 책임자들을 적합한 국제형사사법기구(international criminal justice mechanism)에 제소하는 것이다. ICC 제소 다음으로 북한인권 사회단체들의 이목을 주목시킨 것이 바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OHCHR) 산하의 현장사무소의 설립이다.
결의안은 현장사무소에 대해서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 “유엔 OHCHR은 COI의 보고서에서 제시한 권고안을 즉각적으로 실행할 것과 특별보고관에게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할 것을 요청한다. 그러기 위해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모니터링과 문서화 기록을 강화하고, 책임소재를 확실히 하며, 모든 관련국 정부와 시민사회, 기타 관계자들의 역량강화와 이들의 참여를 증진시키며, 북한의 인권상황을 가시화하는 일을 할 현장사무소 (field-based structure)의 설치가 있어야 한다.” 어제 한국에 설치될 것이라고 발표된 현장사무소는 유엔 인권이사회로부터 이러한 임무를 위임 받아 한국에서 일하게 된다.
사실상 유엔의 현장사무소는, 문제가 있는 당사국 내에 설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북한의 인권문제를 모니터링하고 조사하여 문서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사무소는 북한 내에 있어야 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대부분 그래왔다. 캄보디아, 토고, 우간다, 세르비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도 유엔 현장사무소가 그 나라 안에 설치되어 있다.
현재 13개 국가에서 유엔 OHCHR의 현장사무소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유난히 비정상적인 북한의 외교적 관례를 본다면, 북한 내 설치는 명명백백 불가능하다.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북한 방문을 철저히 거부해왔고, 또 조사위원회의 활동도 ‘공화국적대세력의 정치적 모략’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사무소의 한국 내 설치는 그 대안으로 당연한 이치이다.
한국에 유치하기로 결정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이번 결정은 유엔과 국제사회와의 요청을 받아들여 외교적으로 잘 처신하고 신중히 행동에 옮긴 결과로 보여진다. 이후 유엔 현장사무소가 결의안에 나와 있는 활동내용들을 충실히 실천하기 위해서는 한국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일 것이다. 유엔 측과 인권상황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유해야 할 뿐만 아니라, 탈북자들의 면담에 필요한 지원업무도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과 관련 문건들도 필요하다면 공유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협조활동은 최근 우리정부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통일의 과제와도 맥이 닿아 있다. 캄보디아의 OHCHR 현장사무소는 크메르루주 유엔 특별재판소의 재판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정부의 과거사 청산에 이르기까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변화와 통일, 개발, 과거사에 대한 정리, 그리고 화해에 이르기까지 한국정부가 적극적인 주체가 되고자 한다면, 유엔 현장사무소의 적극적인 협조활동이 그 첫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