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를 돕다가 탈북 모녀를 장모와 아내로 두게 된 북한인권운동 목사가 있다. 탈북자를 포함한 북한인권 개선 목적의 시민단체인 북한정의연대 대표 정베드로다.
13일(현지시간) 북한 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북한인권국제의원연맹.IPCNKR)의 12차 연례 총회가 열린 오스트리아 빈에서 그를 만났다.
정 목사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선 국제공조를 통한 각국 의회의 결의가 절실하다며 지금껏 연차 총회에만 10차례 참석했다.
올해에도 탈북 후 두 차례 강제북송을 당한 뒤 한국에 입국한 박정옥 씨와, 그녀의 딸이자 탈북난민인권침해신고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이한별 소장과 함께 총회를 찾았다.
정 대표는 IPCNKR이 각국 의회로 하여금 북한인권 현실을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게끔 하는 펌프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 국내에선 북한인권단체가 여전히 생소하다. 북한정의연대는 무엇을 표방하며 어떤 활동을 하는가.
▲ 2007년 설립됐다. 탈북자 인권실태를 조사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한다. 인권침해를 직접 조사하고 국제사회에도 알린다.
-- 목사로서, 위험이 따르는 그런 일을 왜 하게 됐나. 특별한 철학이 있는가.
▲ 중국으로 선교하러 갔다가 언어연수 과정에서 북중 국경 중국 땅으로 탈출한 탈북자들의 참혹한 인권현실을 봤다. 처음엔 주저했으나, 이후 인간이라면 가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을 숨겨주고 한국으로 입국시켜주는 일을 하게 됐다. 그러나 공안에 붙잡혀 1년반 수감되고 나서 2004년말 한국으로 추방당했다.
-- 현지에서 그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했는가.
▲ 탈북자들은 마음의 안식을 찾게 된다. 따라서 목사로서 복음을 전하는 방식을 택했다. 내 집 뿐 아니라 조력자들을 구해 다른 보호공간을 찾아서 숨기고 보호하고 했다. 당시 중국주재 우리나라 공관에선 그런 나를 불편해 했다. 그런데 그런 공간이 10곳이 넘다보니 감당하기 힘들게 돼 버렸던 것이다.
-- 그런 경험에도, 단체를 만들어 일을 주도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인데 주안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 2006년 서경목 목사가 이끄는 기독교사회책임에서 인권실장으로 지내다가 북한전문 비정부기구(NGO)를 만들어 활동하고 싶었다. 2007년 5월 23일부터 2008년 8월 8일까지 444일간 중국내 탈북자의 강제북송 반대 1인시위를 했다. 유럽 10개국 중국대사관 앞에서는 자전거시위도 펼쳤다. 역시나 중국정부에 국제법을 준수하고 탈북자를 강제북송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 북한인권을 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와 대응 태도가 달라졌다. 정 목사와 북한정의연대의 활동과 연관지어 이런 것을 어떻게 평가하나.
▲ 2012년 2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탈북자 증언을 듣고나서 국제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본다. 그로부터 2년만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의 핵심 몇가지 중 하나는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고 강제북송을 중지하라는 것이었다. 이제는 외롭지 않다.
-- 앞으로 특히 주안점을 둬야 할 활동은 무엇이라고 보나.
▲ 북한인권 문제를 반인도범죄로 규정한 COI의 권고에 따라 이들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일에 힘써야 한다. 전 세계 의회와 국회에 북한인권 실상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이들 의회에서 결의안 같은 것을 채택할 수 있게끔 한다면 좋을 것이다.
-- 올해 총회 참석 목표와 IPCNKR에 기대하는 바는.
▲ 북한인권국제의원연맹이 각국 의회가 북한인권 현실을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펌프 역할이 돼 주었으면 한다. 전문성 있는 NGO와의 연대도 필요하다. 장모인 박정옥 씨를 이번 총회 증언자로 추천한 것은 그가 정치범수용소가 아닌 일반교화소의 인권침해 실상을 경험하고 두 차례 북송당한 루트가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다.
-- 박정옥 씨의 딸인 이한별 소장과는 어떻게 만나 결혼했나.
▲ 이 소장이 2013년초 북한정의연대 자원봉사자로 찾아왔다가 만났다. 소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소장은 1990년대말 박정옥 씨와 중국으로 넘어와 어머니의 두 차례 강제북송 같은 불안을 겪지 않고 2002년 한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오빠는 현재 강제북송당해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출처:연합뉴스]